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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2년 거주 백지화 됐지만... 백지화 할 수 없는 피해는 어쩌나

by 자유를그리다 2021. 7. 13.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려고 했던 정부 규제 방안이 국회 법안심사 소위 과정에서 철회됐다.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작년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을 삭제한 채 통과시켰다.

이는 여당이 재건축 단지의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도입하려던 것으로 작년 정부의 6·17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조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국토위 소위에서 백지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투기자금 유입이라는 본래 취지 보다 세입자 주거 불안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통과돼 실거주 요건이 적용될 경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최근 들어 여권 내부에서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세입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집주인이 조합원 분양권을 얻기 위해 재건축 단지로 들어가려 하면 세입자가 내쫓기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비사업 투기 자금 유입 우려는 다른 조치들로 일부 보완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현재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다 정부와 서울시가 시장 불안 우려가 있는 곳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안전진단 이후로 대폭 앞당기는 내용의 도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국토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철회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위 관계자는 "정비사업 구역에서 이뤄지는 투기 자금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도입하려 했는데 오히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쫓으면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17 대책 이후 부작용 1년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게 하려 한 규제가 백지화됐지만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후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뒤늦게 규제가 철회된 것은 다행이지만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전세난은 물론 재건축 가격 상승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전세난

 

재건축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른 곳의 전셋집을 얻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집주인 거주 시에는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불가하다.


재건축 가격 상승

앞서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에서 연내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에 2년 실거주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하자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합원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감정평가 기준으로 현금 청산을 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조합 설립을 앞둔 단지들이 인가에 속도를 내면서 실제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과 5구역(한양 1·2차) 등은 조합 설립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

법안 통과 지연에 따라 일부러 사업 지연

설상가상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일부러 사업을 늦추는 부작용도 나왔다.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합원은 빠른 재건축 사업 진행보다 2년 실거주 조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진행을 지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고통


대치·목동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입주권을 얻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집주인이 들어오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인근 주변 아파트의 매매가격까지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상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아파트는 주변 새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저렴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학군지 등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현재 운영중인 재건축 관련 규제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 3,000만원이 넘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
  •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강화 : 구조 안정화 비중 50%로 상향
  •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 (9월 예정) : 조합설립인가 이후 -> 안전진단 통과 이후

서울 재건축 사업단계별 현황

안전진단 통과 전 6곳
안전진단 통과 후 ~ 조합설립인가 전 46곳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의 기대 효과

시장에서는 이번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 결정으로 재건축 전세난이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년 실거주 요건을 맞추려 집주인들이 들어와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건축 사업 추진의 일부 걸림돌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을 시군구청에서 광역 시도지사로 격상하기로 한 조치를 폐기한 것도 재건축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